한양대학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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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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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으로 사는 사나이, 임영효 심장내과 교수

모두가 잠든 새벽, 분당에서 한양대학교병원까지 ‘광란의 질주’를 펼치는 이가 있다.
퇴근 후 잠이 들었다가 응급콜을 받고 다시 날아오는 임영효 교수가 그 주인공.
반복되는 새벽 질주에 아예 병원에서 잠을 청하는 날도 많았다.
그렇게 그가 지새운 숱한 밤은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리는 시간이 되었다.

글. 권찬미 / 사진. 김재이

임영효 심장내과 교수

“제 말이 조금 빠를 수도 있어요. 이해해 주세요.” 인터뷰의 시작, 자리에 앉으며 말하는 임영효 교수에게서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필드에서 한창 뛰고 있는 선수에게서 느껴질 법한 현장의 에너지였다.

“심혈관 질환은 빠른 판단력이 중요합니다. 심장이 멈추면 의학적 사망에 이르기 때문인데요. 분초를 다투는 질환의 특성이 성격적인 면이나 생활적인 면에도 반영되는 것 같아요.”

인터뷰 중에도 몇 번의 요청으로 간호사와 보호자 사이를 오가는 그였지만, 보호자를 마주하고 의료진을 지휘하는 동시에 인터뷰 답변까지 해내는 그의 말투는 정확했고 배려와 안정감이 묻어났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퇴직 후 30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중요해졌어요. 건강하지 않은 노년의 원인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고스란히 위험인자가 보입니다. 흔히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로 나이, 흡연, 가족력, 고혈압, 당뇨, 고지혈 등의 질환 등을 꼽는데요.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 미리 위험인자들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혈관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은 대체로 노년층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혈관 건강을 잃고 병원을 찾은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임 교수. 그는 일찍이 위험인자를 관리할 것을 권한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청년과 중년부터 철저한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

임영효 심장내과 교수 임영효 심장내과 교수

“예전에는 ‘77세까지 88하게’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는데요. 지금은 ‘99세까지 88하게’로 그 연령이 바뀌었죠. 그만큼 수명이 길어졌고, 건강한 노년을 위한 관리는 필수인 시대가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중년의 나이에 병원을 찾는 분들에게 보다 엄격하게 건강 관리에 대해 권하고 잔소리하는 편입니다.”

잔소리에는 애정이 필요하다. 그는 자신을 찾는 환자들을 잘 기억한다. 인간적인 관심을 두고 이름과 얼굴을 매칭해 기억하다 보니 우연히 잡아탄 택시에 외래로 왔던 환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던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Carpe diem, 오늘 내앞의 환자에게 최선을

임 교수의 잔소리는 환자들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그는 의과대학 학생들에게도 학생주임 같은 존재다. 7년째 내과 실습 담당 교수로 병원 실습에 나선 본과 3학년 학생, 약 120명의 지도를 연수가기 전인 2019년 2월까지 맡았다. 그는 학생들에게 더 공부할 것을 늘 말한다.

임영효 심장내과 교수

“의사에게 공부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잖아요. 환자에게 칼을 든다는 것은 매 순간의 긴장이 필요한 일입니다. 더 부지런히 공부하는 의사가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공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해요.”

임영효 심장내과 교수그의 말이 잔소리에만 머물지 않는 것은 자기 자신도 공부에 열성을 다하기 때문이다. 미국 보스턴 대학으로 연수를 가서 비만과 대사증후군이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하고 온 임 교수는, 지난 2018년에는 유럽심장학회(ESC Congress 2018)에서 베스트 포스터 발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심전도 검사에서 비접촉 비침습 레이더 호흡 맥박 모니터링과 관련된 논문으로 공대 교수들과의 협력을 통한 하이브리드 연구에 힘을 쏟은 결과였다. 그는 지금도 대한심장학회, 대한고혈압학회, 심혈관중재학회 등에 소속되어 활발한 학술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심장내과는 매력적인 과에요. 내과 분야 중에서 가장 환자의 상태가 드라마틱하게 보이는 분야죠. 그만큼 환자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을 때 큰 보람을 느끼는 과이기도 합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서 키팅 선생님이 ‘카르페디엠(Carpe diem)’ 오늘을 즐겨라라는 말을 하잖아요? 저는 의사로서 오늘 내 앞의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카르페디엠’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카르페디엠’을 말하는 그에게서 힘찬 박동이 느껴지는 듯했다.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내 앞의 환자를 마주하는 임영효 교수 덕분에 더 많은 환자의 심장이 무탈하게 뛸 것을 확신한다.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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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내과 - 임영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