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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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간이식

이를테면 오케스트라의 방식으로

 

사내 정치에만 혈안이 된 나쁜 의사도, 웅장한 효과음이 가미된 드라마틱한 수술 집도도 없다. 사람냄새 물씬 풍긴 의학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이야기다. 친숙한 OST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인간미 넘치는 병원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단연 돋보인 장면이 있다면 간이식 모녀의 이야기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포스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남다른 의학드라마다. 등장하는 인물도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식도 독특하다. 냉철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정의의 사도로 분한 의사 선생님은 없다. 그들은 음치이거나, 남몰래 오랜기간 짝사랑을 하거나, 혼밥이 편한 히키코모리이거나, 이혼하고 아들을 혼자 키우는 돌싱이거나, 전세 사기를 당하기도 하는 사람냄새 나는 인물들이다. 의학을 특별한 영역으로 치부하고 의사를 영웅화하거나 악당화하는 이분법적인 인식이 점철된 여느 드라마와 다른 지점이 여기에 있다.

등장하는 환자들의 모습도 다양하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아프고 힘겨운 선택에 기로에 선다. 하지만 그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각기 다른 선택을 한다. 이식이 필요한 자신의 예비 남편에게 자신의 장기를 이식해서라도 그를 살리고 싶은 예비 신부가 다녀간 자리에, 누군가는 하나뿐인 아들을 염려해 의사에게 간이식 부적합으로 가족들에게 말해달라고 부탁하며 눈물을 흘린다. 병원에 오가는 환자들의 사연은 다양하고 교차하는 감정도 풍성하다.

많은 환자들의 사연 중 단연 눈에 띈 에피소드는 한 모녀의 간이식 사연이었다. 건강 악화로 간이식이 필요한 딸에게 어느 날 오랜 기간 얼굴도 보지 않고 살았던 아버지가 나타난다. 하지만 아버지의 간은 지방간이 심해 간이식이 불가했다. 서먹한 모녀 사이로 흐르는 냉기를 느낀 이익준 선생(조정석)은 간호사에게 아버지는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냉소적인 예언을 한다. 그러나 몇 개월 후, 아버지는 15kg를 감량한 모습으로 나타나 자신의 딸에게 간을 꼭 이식할 것이라며 의지를 다진다. 자신의 경솔함을 뉘우친 이익준 선생의 표정에는 아버지에 대한 반성과 존경이 스친다.

하루에도 병원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다. 의사와 환자 뿐아니라 그 사이에 교집합을 이루는 보호자와 간호사의 표정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포착해 에피소드를 채워넣은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앵글은 이렇듯 공평하고 다정하다. 하나의 힘 있는 주제나 강력한 주인공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조금씩 쌓아올린 조연들의 사소한 표정이 차곡차곡 모여 감동을 주는 방식은 독주에서 맛볼 수 없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감흥을 준다.

간이식의 모든 것

글. 최동호 교수 한양대학교병원 외과

간이식이 시행되는 질환과 이식의 방법

간이식의 모든 것간이식은 간암, 간염, 선천성대사질환 등 거의 모든 간 질환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간암의 경우에는 간경변증과 간암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으므로 가장 이상적인 치료라고 할 수 있다. 간이식의 방법에는 공여자가 간의 일부를 절제해서 주는 생체 간이식과 뇌사자에게서 전간을 받는 뇌사사 전간이식으로 나눌 수 있다. 생체간이식은 이식 시점을 환자나 의료진이 정할 수 있어서 수혜자의 상태가 아주 나쁘지 않을 때 간이식을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여자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고, 뇌사자 전간이식은 공여자의 안전 문제는 없지만 뇌사자공여자의 부족으로 상대적으로 간기능이 좋지 않은 수혜자가 간이식을 받게 되는 단점이 있다.

 

간이식의 조건

한국에서는 건강한 정상인의 간 일부분을 수술로 떼어내서 간 질환 환자에게 이식해 주는 생체간이식이 많다. 생체간이식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간공여자의 확보다. 주로 자녀나 부모 등 직계가족이 해당이 된다. 물론 혈액형이 맞지 않는 경우에도 간이식을 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혈액형이 동일한 경우가 더 유리하다. 그 외에 공여자의 연령, 공여간의 크기, 공여간의 지방간 정도 등이 공여자와 수혜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다. 공여자의 간에 지방간이 심한 경우는 단기간 체중감량을 통해 지방간을 조절한 후 수술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공여자의 안전이 문제가 되면 두 명의 공여자가 공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간이식 전 검사

간이식 수혜자의 경우 기본 혈액, 혈액형, 바이러스 검사 등의 채혈 검사와 복부초음파, 복부CT 등의 영상의학과 검사, 안과,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치과, 감염내과 등 타과 협진 등을 통해 간이식수술 가능 여부와 이식 후 합병증 등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간이식 공여자의 경우 위 검사와 더불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를 통해 공여자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평가하여 간공여 가능 여부와 간공여 후 합병증 유무까지 확인한다.

생체간이식의 예후 및 합병증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생체간이식 공여자의 사망은 10례 이상 보고됐으며, 사망률은 0.2~0.3%에 해당한다. 이는 생체신장이식 공여자의 수술 사망률 0.1~0.3%에 비해서 아주 높지는 않으며 현재 국내에서 생체간이식 후에 공여자 사망은 극히 드문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수술의 합병증은 비교적 많아서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는 할 수는 없다.

주로 생기는 합병증은 간 절제술을 시행하고 생기는 합병증과 비슷한데 수술 후 간 절단면에서 담즙누출, 일과성 흉수발생, 상처감염, 출혈, 장유착 등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합병증들은 대부분 비수술적으로 해결이 되며, 장기적으로는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 특히 간이식 후에 간암 재발률은 간암의 어떤 상태에서 수술했느냐에 따라 재발률의 차이가 많이 난다. 조기 암의 경우는 간이식 5년 후 재발률이 20~40%로 간암에서 간절제술을 시행한 경우보다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

간이식 후 관리(거부반응 등)

금주가 필요하고 적당한 운동과 싱거운 식단이 중요하다. 과로나 간에 좋지 않은 음식이나 약들은 철저히 피해야 하고 주치의와 상의 하에 정확하고 본인에 맞는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비브리오 패혈증을 방지하기 위해 생선회와 생굴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므로 감염, 암재발 및 발생, 당뇨, 고혈압, 만성신부전 등 합병증도 조심해야 한다.

 

2020.07.09

관련의료진
외과 - 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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