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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협하는 불청객, 아나필락시스

배우 구혜선과 아나필락시스

인간의 신체에 발생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고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몇몇 알레르기 질환은 위독한 상황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으로 각별한 주의와 예방이 필요하다.

정리. 편집실

건강을 위협하는 불청객, 아나필락시스최근 방영 중인 MBC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스타 가수와 그녀의 모창 가수, 이 두 주인공의 애증과 연민이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브라운관에 오랜만에 돌아온 엄정화가 당대의 최고 스타 가수 유지나로, 배우 구혜선이 모창 가수 정해당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방영 초반 구혜선이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구혜선의 병명은 이름도 생소한 아나필락시스 쇼크(Anaphylaxis Shock). 알레르기는 매우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며 중증도도 천차만별이다. 알레르기 반응 중에서도 실제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 중 하나가 바로 아나필락시스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에 노출된 후 급격하고 전신적인 과민반응이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며 다른 알레르기 질환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이 질환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는 흔한 원인 물질로는 식품, 약물, 벌에 쏘이는 것, 운동 등이 있다. 이러한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노출되면 두드러기, 혈관 부종 등 피부로 증상이 나타난다. 그외에도 숨이 차거나 기침을 할 수 있고 복통, 구토, 설사 등 위장관 증상이나 심한 경우 어지럽고 혈압이 떨어지는 쇼크가 발생하기도 한다. 간혹 이러한 증상이 저절로 호전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순식간에 위험한 상태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아나필락시스로 의심되는 환자가 있으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아나필락시스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알레르기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식품, 약물, 벌에 쏘이는 것, 운동 중 어떤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는지 정확하게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세한 병력 청취와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야 치료 또는 예방이 가능하다. 식품이나 약물 알레르기로 확인된 경우라면 본인뿐만 아니라 학교와 직장 등 주변에서도 이를 알고 있어야 쇼크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고 응급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아나필락시스 환자는 응급상황에서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숙지해야 한다. 에피네프린 자가주사제가 가장 흔히 쓰이는 응급약이다.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인식 제고 필요해

아나필락시스의 진단

아나필락시스는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전신 과민반응’으로 정의되고 있으며 알레르기 질환 중에서 가장 중증도가 높은 치명적인 질환이다. 현재까지는 정확한 유병률 통계를 얻기는 어려우나 평생 유병률이 약 0.05~2%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예상보다 그 위험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나필락시스는 다른 알레르기 질환에 비해 환자나 일반인들뿐 아니라 의료인들의 인식이 매우 부족하며, 이때문에 아나필락시스의 적절한 치료와 효과적인 예방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기도 하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아나필락시스의 진단과 치료방법에 대한 표준화된 진료지침이 널리 보급되지 못한 것을 들 수 있다. 최근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 국제학회를 중심으로 아나필락시스 진료지침이 제정되기도 했다.

아나필락시스의 치료

아나필락시스는 빠른 치료가 필수적이며, 따라서 진단하자마자 지체 없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진료 현장에서 아나필락시스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는 진단 기준이 다소 복잡하고,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검사의 사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아나필락시스는 임상 양상이 매우 다양한데, 쇼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여 진단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혈액이나 소변의 트립타제나 히스타민의 혈액이나 농도를 측정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혈액 채취 시점에 따라 검사결과의 해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아나필락시스의 치료에서 우선적으로 선택할 치료는 에피네프린 근육주사다. 에피네프린은 정확한 투여 시간과 용량을 기록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1~2회 에피네프린 근육주사에 반응하지만, 두 번 이상의 용량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주입 펌프를 이용하여 경정맥에 지속 투여할 수 있다. 환자는 누운 상태에서 하지를 올린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호흡곤란이 있거나 구토하는 경우에는 앉거나 기대는 편한 자세를 취해도 좋다. 환자가 갑자기 서거나 앉을 때 어지러움과 함께 쓰러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차적인 치료인 에피네프린 투여 후 이차적으로 사용하는 치료에는 산소, 경정맥 수액, 흡입 기관지 확장제, 항히스타민제, 전신 스테로이드 등이 있다. 이들 치료를 추가하면서 자주 환자의 증상과 호흡 상태, 혈압, 맥박과 산소포화도 등을 모니터링해야 하고, 언제라도 필요한 경우에는 심폐소생술과 흉부마사지를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아나필락시스 환자의 관찰 관리

증상이 호전된 후 다시 나타나는 이상성(Biphasic) 아나필락시스는 전체 환자의 3~20% 정도이며 성인에서 더 흔하다. 따라서 증상이 호전되었더라도 다시 악화되지 않는지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응급실 등 병원시설에서 관찰하는 시간은 환자의 초기 상태와 치료반응, 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에 따라 개별적으로 다를 수 있으나 최소 4시간은 지켜보도록 권장된다. 일반적으로 호흡기 증상이 있었던 경우는 최소 6~8시간, 저혈압이 있었던 경우는 최소 12~24시간의 관찰 시간이 필요하다.

퇴원 후 다시 증상이 발생할 경우 응급실 내원 전에 환자 스스로 치료할 수 있도록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자가 치료 준비가 필요하다. 퇴원 시 환자에게 스스로 투여할 수 있는 에피네프린 자동주사기를 처방하고 사용하는 방법에 대하여 교육해야 한다. 에피네프린은 우리나라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어 일반약국에서 구입이 어려우므로 환자에게 진단서와 처방전을 발급하여 한국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하도록 한다. 일회용 주사기 형태로 되어 있으며 0.3 mg 의 성인용과 0.15 mg이 포함된 소아용 제품이 현재 국내에서 구입 가능하다.

아나필락시스 환자의 병원 내 의무기록에는 해당 환자가 아나필락시스 병력이 있는 환자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해 다른 의료진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원인에 대하여서도 반드시 기록하여 약물이 원인이었던 경우 반복 투여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김상헌 교수 한양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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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필락시스 , #알레르기